서울과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뚜렷해지고 있는 민심 이반을 막기 위해 더불어민주당이 부동산 대출 규제 완화책까지 꺼내들었다.
지난해 집값 급등으로 급증한 대출을 조이려는 정부 정책과 정반대의 방향이다. 정부의 부동산 대책 실패로 지난해 집값이 크게 오르면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서) 대출'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할 정도로 가계 대출이 급격하게 늘어 작년 말 은행 가계대출이 1000조원에 육박했다.
다음 달에 가계부채 관리방안 발표를 준비 중인 금융위원회의 정책 방향과 엇박자가 날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홍익표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서민 실수요자를 대상으로 LTV(주택담보대출비율), DTI(총부채상환비율)를 상향할 예정이고, 소득 기준과 대상 주택 실거래가 기준 등도 상향할 것”이라며 “빠른 시일 내 당정 간 협의를 진행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현재 LTV와 DTI는 부동산 규제 지역에서 40~50%다. 집값과 소득의 각각 40~50%까지만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무주택자, 실수요자 등에게는 이 비율을 10%포인트 높여준다. 부동산 규제 지역은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투기지역의 3가지다.
홍 의장의 발언은 실수요자들이 대출을 더 받을 수 있도록 LTV와 DTI 비율을 기존 50~60%에서 더 높여주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또 실수요자 자격을 결정하는 집값과 소득 기준도 완화해 대출받는 대상을 확대하겠다는 뜻이 된다. 현재 대출 규제 완화 대상이 되려면 집값이 6억원 이하여야 하고, 부부 합산 연소득이 8000만원 이하여야 한다. 집값과 소득 기준을 높이면 LTV와 DTI 규제를 덜 받게 되는 주택 구입자가 늘어난다.
하지만 선거를 앞두고 당정 협의도 없이 발표된 내용이라 구체적인 계획은 없었다.
금융위에서는 “호떡집(여당)에 불이 나자 정부와 상의 한마디 없이 대책을 던져놓고 반응을 보겠다는 것”이라는 말이 나왔다. 홍 의장의 발언은 올 초 금융위가 업무보고에서 공개한 내용을 재탕한 수준에 그치는 것이라 “생색내기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위 관계자는 “무주택 서민 애로 완화는 원래 가계부채 방안의 기본 방향에 있던 것이고 세부 내용은 아직 미정인 상태다”라고 말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대출 규제를 유지하고 세부적인 조정만 하겠다는 금융위 입장과 여당의 규제 완화 입장은 다른 것 같다”면서 “어느 장단에 춤을 추라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이 기존 부동산 대출 조이기 기조와 달리 대출 규제를 풀겠다고 나서면서 금융위와 기획재정부 등 경제 부처에서는 “그동안의 정책 방향이 잘못됐다는 것이냐”는 반발 기류도 있다. 한 경제 부처 고위 관계자는 “선거가 닥쳤다고 그동안 유지했던 정책을 하루아침에 뒤집는 것은 정책의 일관성을 흔들어 부작용이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